“쾌락적 쳇바퀴”, 새 폰, 명품백의 기쁨이 한순간인 이유?

그토록 바라던 회사에 합격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밤새워 줄 서서 구매한 한정판 스니커즈를 손에 넣었을 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짜릿했던 행복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합격의 기쁨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한정판 스니커즈는 신발장 한구석의 수많은 신발 중 하나가 되어버렸죠.

마치 쳇바퀴 위를 달리는 햄스터처럼, 우리는 더 큰 행복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만 같습니다. 왜 이런 허무한 달리기가 반복되는 걸까요?

이처럼 삶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건에 관계없이, 우리의 행복 수준이 결국에는 원래의 기준점으로 되돌아오려는 경향을 심리학에서는 ‘쾌락적 쳇바퀴(Hedonic Treadmill)’ 또는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달려도 달려도 제자리, 행복의 설정값

 

‘쾌락적 쳇바퀴’ 이론은 1970년대 심리학자 브릭먼과 캠벨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습니다. 이들은 마치 집의 자동 온도 조절 장치처럼, 사람에게도 유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결정된 ‘행복의 설정값(Set Point)’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엄청난 행운이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는 끔찍한 불행을 겪더라도, 초기 충격과 감정의 요동이 지나가면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원래 행복 설정값 근처로 되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복권 당첨자들을 추적 연구한 결과, 당첨 직후에는 행복도가 급상승했지만, 약 1년 정도가 지나자 그들의 행복 수준은 당첨 이전의 일반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새롭고 짜릿했던 자극(돈)에 금세 ‘적응’해버렸고, 더 큰 자극이 없으면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죠.

 

우리의 행복이 이토록 빨리 증발하는 이유

 

쾌락 적응 현상은 인류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1. 부정적 적응: 만약 우리가 나쁜 사건의 고통에서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작은 실패 한 번에도 무너져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고통에 적응하는 능력 덕분에 우리는 역경을 딛고 생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2. 새로운 목표 추구: 긍정적인 성취에 대한 행복감이 금방 사라지는 것은,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덕분에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현대 사회의 ‘소비주의’가 이 쾌락적 쳇바퀴를 악용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면 더 행복해질 거야!”, “이번 신상 명품백만 있으면 완벽해!”라는 광고는 끊임없이 우리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우리는 그 말을 믿고 쳇바퀴 위를 달리지만, 손에 넣는 순간 행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기업들은 또 다른 ‘행복’을 약속하며 우리를 다음 쳇바퀴로 유인합니다.

 

햄스터 쳇바퀴에서 내려오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이 쾌락의 쳇바퀴 위를 달려야만 하는 운명일까요? 심리학자들은 몇 가지 현명하게 쳇바퀴의 속도를 늦추거나 잠시 내려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 ‘소유’보다 ‘경험’에 투자하기: 물건에서 오는 행복은 비교적 빨리 적응되지만, 여행, 공연, 배움과 같은 ‘경험’에서 오는 행복은 더 오래 지속됩니다. 경험은 우리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그 가치가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 ‘소확행’의 재발견, 감사 일기 쓰기: 큰 성취가 주는 강렬하지만 짧은 행복보다, 일상의 작은 기쁨(따뜻한 커피, 좋은 음악, 친구와의 수다)을 의식적으로 음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감사한 일 3가지를 적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기준점을 재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다양한 자극 주기: 한 가지 목표에만 매달리기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새로운 취미, 봉사활동, 운동 등)을 통해 다채로운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 쾌락 적응을 늦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오늘의 한 스푼]

새로운 성취나 소유가 주는 행복이 금세 사라지는 이유는, 우리의 행복 수준이 결국 원래의 기준점으로 돌아오려는 ‘쾌락적 쳇바퀴’ 때문입니다. 이 끝없는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유’보다 ‘경험’에 집중하고, 일상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