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O형이라 사교성이 좋네”, “공대생들은 다 체크무늬 셔츠만 입는다며?” 우리는 종종 특정 집단과 행동을 섣불리 연결 짓곤 합니다. 몇 번의 경험만으로, 혹은 들어본 이야기만으로 ‘A는 B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쉽게 만들어 버리죠.
중요한 경기 날 아침, 특정 색깔의 속옷을 입어야만 이길 것 같은 ‘징크스’를 만들기도 합니다. 과연 이 연결고리에는 정말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걸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이처럼 실제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사건이나 변수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 심리학에서는 이를 ‘착각적 상관(Illusory Corre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가장 흔하면서도 위험한 착각 중 하나죠.
뇌는 ‘특별한 사건’을 편애한다
‘착각적 상관’은 심리학자 채프먼과 채프먼(Chapman & Chapman)에 의해 처음으로 명확히 증명되었습니다. 우리 뇌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건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든 정보를 공평하게 처리하지 않고, 유독 눈에 띄고 기억에 잘 남는 ‘특이한’ 정보들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오류를 범합니다.
착각적 상관이 주로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독특한 정보의 결합: 예를 들어, ‘소수 집단(평소에 보기 드묾)’이 ‘부정적인 행동(충격적이라 기억에 잘 남음)’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소수’라는 특성과 ‘부정적 행동’이라는 특성은 둘 다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뇌는 이 두 사건을 매우 강력하게 연결합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 “저 집단 사람들은 다 저래”라는 위험한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되죠.
- 확증 편향과의 시너지: 한번 고정관념이 생기면, 우리는 그 믿음에 부합하는 사례만 선택적으로 기억하고(확증 편향), 반대되는 사례는 쉽게 무시해버립니다. B형 남자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면, 주변의 다정한 B형 남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나쁜 B형 남자에 대한 이야기만 찾아보며 자신의 착각을 더욱 강화하는 것입니다.
superstitious 징크스와 고정관념을 만드는 뇌의 공장
‘착각적 상관’은 우리 삶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 사회적 고정관념 형성: 인종, 성별, 지역, 직업 등에 대한 대부분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바로 이 착각적 상관에서 비롯됩니다. 소수 집단의 부정적인 행동이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대중은 그들 사이에 실제 통계와는 무관한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 개인적인 징크스와 미신: 중요한 시험 날 아침 미역국을 먹고 시험을 망친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뇌는 ‘미역국’과 ‘실패’라는 두 사건을 강력하게 연결합니다. 이후 시험 날 미역국을 피하는 징크스가 생기는 것이죠. ‘빨간색 펜으로 이름을 쓰면 안 된다’와 같은 사회적 미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대체의학 및 유사과학에 대한 믿음: 과학적 근거가 없는 특정 건강 보조 식품을 먹고 우연히 감기가 나았다면, 사람들은 그 식품이 감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착각적 상관을 형성하고 맹신하게 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면
이 무의식적인 착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통계적으로 생각하기: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인상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데이터나 통계도 그럴까?”라고 질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생길 때, 실제 통계 자료를 찾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
- 반대 사례 찾아보기: 내가 가진 믿음과 반대되는 사례는 없는지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친절한 B형 남자도, 체크무늬 셔츠를 입지 않는 공대생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 ‘우연의 일치’ 인정하기: 세상에는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그냥 ‘우연히’ 동시에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의 징크스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늘의 한 스푼]
“A는 B하다”는 고정관념과 징크스는, 실제로는 관계없는 두 사건을 우리 뇌가 임의로 연결해 믿어버리는 ‘착각적 상관’ 때문입니다. 개인의 경험이 아닌 객관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이 위험한 착각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